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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마윤제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경북 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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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오늘의 좋은 소설 2023.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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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태양

(…) 청춘들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그에 비해 삶의 피니시 라인에 근접한 사람들은 세상 모든 돈과 권력을 움켜잡고 있다. 너무나 극명한 비대칭이다. 그러나 관점을 슬쩍 비틀어보면 그 불확실성은 무한의 가능성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리를 품고 있다. 세상 모든 걸 소유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히려 무방비의 상태로 빠르게 다가오는 무위의 시간을 고통스럽게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서 비록 아무것도 가진 게 없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청춘을 찬란하다고 하는 게 아닐까. 어쩌면 이 무한의 가능성이야말로 청춘들의 특권이며 권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라이프가드

(…) 그때부터 뭇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젊은 여성, 스크린 도어 앞에서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리는 청년, 점심 무렵 햄버거가 가득 든 종이 봉투를 양손 가득 들고 개인병원 계단을 올라가는 간호사, 말간 갓등 아래 술잔을 높이 든 휴가 군인, 샛노란 은행잎이 깔린 보도를 걸어가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 먼 길 떠나는 딸을 배웅하는 어머니, 멀찍이 떨어져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연인들의 뒷모습을 훔쳐본 것은 그들의 행복한 모습 뒤에 숨겨져 있는 슬픔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 면이 아닌 양면을 통해서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 단편은 짧은 이야기다.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강물을 칼날로 잘라낸 단면이 단편이다. 단편은 찰나의 순간을 다룬다. 단순한 이야기도 있지만 어떤 소설은 은유를 앞세워서 복잡하고 난해하다. 이런 이유로 최근 소설을 읽기 어렵다고 푸념하는 독자들이 꽤 많다. 단편이 쉽게 읽히든 어렵든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우리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단편을 읽는다는 건 우리 자신의 뒷모습을 훔쳐보는 것과 같다. 조금 비약하면 내 앞과 옆에 있는 사람들, 혹은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온전한 모습을 이해하려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의 삶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단편소설을 읽어야 한다.

바람을 만드는 사람

어느 날 친구로부터 자신이 참여하는 종교 행사에 동참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동행했다. 넓은 회당은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잠시 후 어렸을 때 교회에서 본 익숙한 광경이 펼쳐졌다. 차례로 연단에 오른 사람들이 간증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무심코 주위를 돌아보았는데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연단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경건하고 엄숙한 표정과 눈빛 때문이었다. 빈자리 없이 회당을 채운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무언가를 간절하게 갈구하고 있었다. 아니 무언가를 절실하게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 순간 심연 속에서 한 노인의 온화한 얼굴이 떠올랐다. 오래전 병원 대기실에 놓인 잡지에서 본 네레오 코르소라는 늙은 목동이었다. 연중 내내 거친 바람이 불어오는 저 황량한 고원에서 살아가는 노인의 눈빛이 어찌 이리 명경처럼 맑은가. 친구도 가족도 없이 뜨거운 햇살과 바람에 삭아가는 작은 오두막에서 홀로 살아가는 노인은 어째서 이렇게 행복을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나는 이런 의문을 품고 2013년 8월 중순부터 지구 반대편, 파타고니아 평원으로 불어오는 거친 바람을 상상하며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한 줄의 글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시대에 지구 반대편 파타고니아 고원의 한 목동의 이야기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 곳곳에는 계절이 변하면 농부들이 들판으로 나가 땅을 갈고 씨를 뿌리듯, 작가들은 책상에 앉아 묵묵히 한 줄의 글을 써나간다. 그들은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탐스런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가을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움직일 수 있는 육신과 생각할 수 있는 영혼이 있기에 하얀 여백을 채워간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수많은 번민과 고통 속에서 만들어진 한 줄의 글이 우리 가던 걸음을 멈추고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잠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을 뿐이다.

바람을 만드는 사람

어느 날 친구로부터 자신이 참여하는 종교 행사에 동참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동행했다. 넓은 회당은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잠시 후 어렸을 때 교회에서 본 익숙한 광경이 펼쳐졌다. 차례로 연단에 오른 사람들이 간증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무심코 주위를 돌아보았는데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연단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경건하고 엄숙한 표정과 눈빛 때문이었다. 빈자리 없이 회당을 채운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무언가를 간절하게 갈구하고 있었다. 아니 무언가를 절실하게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 순간 심연 속에서 한 노인의 온화한 얼굴이 떠올랐다. 오래전 병원 대기실에 놓인 잡지에서 본 네레오 코르소라는 늙은 목동이었다. 연중 내내 거친 바람이 불어오는 저 황량한 고원에서 살아가는 노인의 눈빛이 어찌 이리 명경처럼 맑은가. 친구도 가족도 없이 뜨거운 햇살과 바람에 삭아가는 작은 오두막에서 홀로 살아가는 노인이 어째서 이렇게 행복을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나는 이런 의문을 품고 2013년 8월 중순부터 지구 반대편, 파타고니아 평원으로 불어오는 거친 바람을 상상하며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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