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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해외음악가 > 연주자

이름:브렌델 (Alfred Brendel) (Brendel, Alfred)

본명:Alfred Brendel

국적:유럽 > 중유럽 > 오스트리아

출생:1931년, 로우치나 나트 데스나우 (염소자리)

최근작
2021년 1월 <[수입] 알프레드 브렌델 - 나의 음악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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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을 벗삼아.. (추천0,댓글0) 비단오리   2012-11-14 04:54



객관은 파열된 풍경이고, 주관은 그 속에서 활활 타올라 홀로 생명을 부여받는 빛이다. 그는 이들의 조화로운 종합을 끌어내지 않는다. 분열의 원동력으로서 그는 이들을 시간 속에 풀어헤쳐 둔다. 아마도 영원히 이들을 그 상태로 보존해두기 위함이다. 예술의 역사에서 말년의 작품은 파국이다.


아도르노의 후기 베토벤에 대한 정의는 아주 바람직하게 다가온다. 사실 오늘날 해체주의라는 것도 그 원류를 따져가 보면 베토벤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늦은 밤에는 이런 잡생각을 자주한다. 심심하고 무료하다가도 생각에 또 이어지는 생각이 나를 한움큼 공포에 휩싸이게 만들기도 한다. 또 그런 시간들이 흐르면 다시 무한한 위로가 찾아들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을 내가 위로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내가 생각하는 불면에 대처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그저 '아 또 밤이구나'하는 건조한 독백 속에 멀뚱멀뚱 어둠을 응시할 줄 아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불면이라는 것은 의식하면 할수록, 극복해내야 한다고 속으로 다짐하면 할수록 더욱 더 불면에 사로잡히게 할 뿐이다. 이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밤은, 아니 정확히 불면은 아직 철없이 꿈꾸기만 하는 나에게 현실을 바라보게 하고 이 삶에 불과불 (한계를)'인정'해야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조화로운 나보다 분열되고 위태로운 나를 '인정'하게 만든 것이다. 우습게도....


그 밤에 나는 꼿꼿이 고개를 든다. 이는 내가 어둠이 주는 무수한 상상의 공포를 의연히 받아들이겠다는 우호의 표시이다. 그리고 소통의 창구인 오감을 열어 둔다. 위로는 부지불식간에 그 통로를 통해 나에게 찾아들므로.... 그러나 그 소통의 대상이 사람일 수는 없다. 그 특수한 공간은 자신의 삶 외에 다른 삶이 끼어들 자리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짙은 어둠이 내린 그 공간에서 나는 오감을 개방시킨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오디오를 켜고 브렌델이 연주한 음반을 플레이시킨다. 혹자는 그 밤엔 조용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더 어울리지 않느냐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모르는 소리다. 오히려 감정을 건드리는 자극적인 음악은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 건조하고 심심한 음악이 제격이다. 그러나 나에게 건네지는 건조하고 스산한 그 소리는 순간 나의 감정과 부딪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 가운데, 28번 이어야만 하는 이유도 이와 유사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29번을 베토벤 후기의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베토벤의 '분열'이 가장 완성도를 갖는 작품이 바로 29번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삶은 아직 모순과 불안의 진행형이다. 어떻게 분열을 그럴 듯한 완성품으로 포장할 수 있을런지는 아득한 일일 뿐이다. 28번은 적당히 불안하고, 적당히 덤덤하다. 조화와 분열이 어우러진다. 조심스럽게 진행되는 조화와 분열은 은근히 그것에 익숙해지게끔 나를 단련시킨다.


그리고 브렌델의 연주여야만 한다. 혹자는 강철 타건의 폴리니 연주를 명반으로 꼽지만, 이런 밤에 화려한 정열은 나에게 이만저만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낮에는 더없이 훌륭하지만..) 조신하고 겸손한 학생이 엄한 선생님을 곁에 두고서 연주하듯, 진지하면서도 약간은 긴장된 음악이 더욱 어울린다. 브렌델의 연주가 주는 느낌말이다. 음표 하나하나에 충실히, 과장없이 덤덤하게.... 그런데 이를 귀기울여 듣는 나는, 이 음악을 심심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베토벤과 브렌델 사이, 악보와 연주자 사이의 '거리'가 내가 나를 바라보고 반성하는데 꼭 필요한 만큼의 거리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거기에 존재하는 건조함이야말로 나를 인정해 주는 따뜻한 위로이고 내가 혼자가 아님을 인식하게 해주는 포근한 안식이다. 


이렇게 나는 불면과 함께하는 밤을 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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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을 벗삼아..비단오리   201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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