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를 향해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급진적으로 존재하기
p.15
당신이 처음 읽는 진짜 장애인의 - 살아 숨 쉬는, 놀랍고도 일상적인 - 이야기라면 그 이유를 스스로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p.406
“우리는 다른 누구도 될 수 없어. 심신이 피폐해져서 방 안에 틀어박힌 우울증 환자로도, ADHD인 사람으로도 될 수 없어. 시각장애인도 될 수 없고, 그 외에 누구도 우리는 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마음 따위 되어볼 수 없다고요! 될 수 없는데, 되자고 생각하는 천박한 생각만이 얄팍하게 폼을 잡는 그런 사회인 거예요. 지금의 사회는. 그래서 불쾌해!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나서서 되는대로 “와아아아!” 하고 싶은 거예요. 이 세계에서 웃고 싶어요.”
우리가 아는 장애는 없다
p.182
송게족에게 있어, 결함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송게족은 ‘왜 장애인이 되었나?’라는 질문에 대한 궁극적인 답을 찾으며, 인간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 간의 관계에 대한 탐색을 통하여 결함의 원인에 대한 답을 구한다. 서구적 맥락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제공될 수 있는 답변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한다.
농담, 응시, 어수선한 연결
pp.36-37
나는 지수 씨가 겪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같이 분노하거나 때론 통쾌해했지만, 사실 그가 말한 것처럼, 지수 씨는 그저 억압받는 소수자도 아니고 언제나 맹렬하게 저항하는 투사만도 아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지수 씨의 삶. 일상의 숱한 피로를 통과해가며 단련되었을 그의 섬세한 감수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사회를 바꾸어 왔을 그 실천들. 지수 씨의 삶을 실천이라고 표현하는 나는, 이미 그것만으로 내가 그에게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있는지 실감한다.
다른 듯 다르지 않은
p.343
제 친구 뇌병변장애인데, 이 친구는 지하철 웬만하면 안 타요. 항상 장애인콜택시만 타요. 그러면 애가 왜 지하철을 안 타냐? 언젠가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애 보고 ‘열심히 살아’ 그러면서, 어깨부터 허리 옆으로 엉덩이까지 쭉 훑어 내려가더니… 근데 애가 언어장애가 있으니까 따지지도 못하고… 그 상황에서 소리를 좀 지르긴 지른다고… 그 상황이 너무 싫었던 거지. 진짜 이런 성(폭력)적 말들이 장애여성들한테 너무 쉽게 일어나요. 장애여성들은 이런 일상적 폭력을 너무 쉽게 경험한다는 거예요.
장애시민 불복종
p.27
˝편의시설을 바꾸는 데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그가 대답했다. ˝장애인에게 계단은 계단이 아닙니다.˝ 계단은 위층과 아래층을 연결하는 통로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는 차별의 단면이었다. (…) ˝나한테 계단은요, 마치 삶과 죽음의 경계선 같은 거예요, 그건.˝
장애학의 도전
p.330
자립/의존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설 때 드러나는 새로운 가치가 바로 ‘함께 어울려 섬’, 즉 연립聯立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홀로서기도 낙인화된 의존도 아닌, 함께 서기로서의 연립생활로 나아가야 한다.
나는, 휴먼
p.89
그러나 만약 내가 싸우지 않는다면, 누가 이 싸움을 할까?
다시 말해 줄래요?
p.77
한 국가의 복지 수준은 거리에 돌아다니는 지체 장애인의 수에 의해 결정된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p.35
장애인에게 다가가 소통하기를 어려워하는 비장애인들은 흔히 이야기한다.
˝제가 장애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요.....….˝
그런데 그들이 모르는 것은 장애 혹은 장애인이 아니라 그 사람이다. 장애인과 함께 살고 함께 일하는 나도 그 사람에 대해 모르고, 그 사람도 당신에 대해 아는게 없다. 우리는 똑같이 모두 다르며 서로에 대해 제대로 모른다. 당신과 내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사이보그가 되다
p.283
이제 나는 우리가 다른 미래에 도달하는 상상을 한다. 그 미래는 건강하고 독립적인 존재들만의 세계가 아니라 아프고 노화하고 취약한 존재들의 자리가 마련된 시공간이다. 그리고 서로의 불완전함, 서로의 연약함, 서로의 의존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세계이다. 그곳에서는 삐걱대는 로봇도, 허술한 기계 부품을 드러낸 사이보그도 완전한 타자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이미 미래의 일부일 것이다.
오늘도 구르는 중
pp.90-91
어쩌면 내 어려움은 휠체어 탓이 아니라, 휠체어는 이동할 수 없게 만들어진 세상의 많은 것들 때문이 아닐까? 어떤 모습을 하든, 어떤 상황에 있든 모두 편한 세상이면 좋을 텐데 말이야.
시선의 폭력
p.152
사람들은 타인의 ‘다름’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명윤리는 모든 형태의 악과 고통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장애는 악과 고통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어떻게 그 둘을 화해시킬 수 있을까? 장애아들을 없애서 악을 뿌리 뽑아야 할까? 그게 아니라면 이들을 인간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그냥 물어봐!
p.6
제각각 다르기는 우리도 마찬가지야. (...) 한눈에 다른 점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한참을 들여다 봐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기도 해. 누구나 자라나는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야. 그러니 만약 친구에게서 나와 다른 점을 발견하고 왜 그런지 궁금하다면, 그냥 물어봐!
나, 함께 산다
p.18
그러고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은 어쩌면 ‘그다음을 사는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업적을 이루었든, 어떤 과오를 저질렀든,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그다음을 어찌 살아내느냐가 실은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정체성일지 몰라요. 우리의 탈시설은 아직 지난한 과정 중에 있고, 그래서 우리는 진행형의 사람들입니다.
의존을 배우다
p.56
내가 말하려는 내용의 대부분은 장애를 가진 삶이 지닌 가능성에 관해 우리가 거의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기반을 둔다. 우리의 지식은 무지라는 어둠에 둘러싸인 불에 비유할 수 있다. 불이 타오르며 어둠이라는 원은 더 커질 것이다. 우리가 더 많이 알수록, 우리가 얼마나 알지 못하는지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상하지도 아프지도 않은 아이
p.96
˝사람들은 나를 아픈 사람이나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보지만, 난 그냥 나일 뿐이야. 난 그저 너희처럼 내 모습 그대로 학교에 다니고 싶어.˝
눈부시게 불완전한
p.108
만일 가능하기만 하다면, 회복은 상실에 대한 대책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구의 안녕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훼손은 비가역적인 것이다. 어떤 생태계는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회복하는 데 몇 세기가 필요한지 알 수 없고, 어쩌면 벌어진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쩌면 이미 망가진 것을 고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