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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첫 작품집 <여수의 사랑>에 실린 단편 '야간열차'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무력한 젊음이 헐거워져 견디지 못할 때---' 나 역시 새파랗게 젊을 때라고 하는 이 이십대를 겨우 맞이했다. 그리고 힘겹게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시기가 버겁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한강의 첫 소설집을 읽으면서 나의 이 헐거운 젊음을 생각한다. 이게 내 앞에 주어진 삶이라면 어떻게든 맞서 보리라는 생각도 한다. 내게 주어지지 않은 그 조건에 부질없는 볼멘소리도 잠잠해진다. 그녀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 자신의 운명과도 같은 슬픔이나 고난이나 아픔이나 절망을 견뎌보려고 하거나 내팽개치려는 양 말이다. 어떤 바람직한 미래를 제시하지 못하고 허방만 짚는 그 손을 따스하게 잡아주고 싶다. 그들이 하나같이 미래를 믿지 못하고 현실과 과거를 버거워하는 것도 실은 나에게는 위안을 준다. 적어도 나 같은 사람이 있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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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이 등단 후 20대 중반에 발표한 단편들을 모은 첫 소설집이다. 1994-1995년에 쓴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다. 벌써 20년이 지난 소설들인지라 개정판에서는 지금의 감성에 맞게 소소한 어미들을 다듬었으며, 끝내 마음에 들지 않는 한 작품은 뺐다고 한다. 지금은 중견 작가가 된 한강의 대표 정서는 누가 뭐래도 슬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한결같은 기조는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등의 최근작까지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러므로 한강의 초기작들을 읽는 건 그의 슬픔이 자리 잡은 원류(原流)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혈육을 잃은 절대적인 상실감, 지키지 못한 가족, 가난. 이런 상처들은 치유할 수 있는 것인가? 한강은 쉽사리 치유를 말하지 않는다. 어느 작품들도 쉽사리 희망을 비추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상실감은 같은 근원을 가지고 있기에 함께 공명(共鳴) 한다. 작중 인물들은 의식하지 못한 채 그렇게 절망의 병존 속에서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는 것이다. 그건 타자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과거를 만나고 화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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