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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희곡

이름:정의신

최근작
2020년 5월 <2020 서울연극제 희곡집>

정의신

극작가 겸 각본가, 연출가다. 1983년 극단 검은 텐트에 입단하면서 연극을 시작했다. 현재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영화, 연극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재일 한국인의 삶을 묘사한 <야끼니꾸 드래곤> 등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었다. 그 외 대표작에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 <노래하는 샤일록>, <아시아 온천>, <푸른배 이야기> 등이 있다.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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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소설 도쿄> - 2019년 1월  더보기

<불가사의한 공간> <소프트 보일드>, 이 두 작품은 아마 10년도 더 전에 쓴 것 같다. 어쩌면 20년 가까이 된 것도 같다. 언제, 어느 잡지에 실려 있던 작품인지도 지금은 확실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게재되었단 사실조차 잊고 지냈던 작품이다. 오랜만에 두 작품을 다시 읽어보니 거기에는 당시의 내 심정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소설의 형태를 빌렸지만, 실은 나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알코올 중독인 마담과의 만남과 이별, 할머니와 둘이 살던 재일교포 마을과 거기 살던 사람들……. 되도록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고 꺼내 보고 싶지 않던 기억의 단편들이다. 알코올 중독 마담에게 검은 가죽 열쇠지갑을 받은 일도, 할머니네 집 옆집에 살던 누나가 핫케이크를 사준 일도 모두 사실이다. 지금도 마음 한 켠이 아려오는 에피소드들이다. 그럼에도, 이 두 가지 이야기를 쓴 경위는 결별을 위한 의식이었다고 지금의 나는 해석한다. 나는 그들, 그녀들을 더 이상 보지 않으려 애쓰며 도망쳤다. 그러나 그렇게 도망칠 것이 아니라 봉인을 풀고, 그들과 그녀들과 재회하고, 제대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여기 가 아닌 어딘가, 여기인지도 모를 어딘가’로 떠나는 것만 꿈꾸던 나와 도 이별을 고하고 싶었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소프트보일드’한 인생을 살고 있다. 작은 일에 화를 내고, 슬퍼하고, 또 기뻐한다. <소프트보일드>에 등장하는 J와는 40년 넘게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 내가 작가답지 않게 유치한 언동을 할 때마다 그는 나를 비웃는다. “의신이 형, 참 변함없으시네. 옛날이랑 똑같아요. 금세 화내고, 웃고, 울고.” “놀리는 거야, 지금?” “무슨 말씀을요. 칭찬하는 거예요.” “그러는 너도 옛날이랑 똑같아.” “저는 그래도 의신이 형보다는 철이 좀 들었죠.” J는 위암으로 위의 절반을 도려낸 후 비쩍 말랐다. 세월은 사람을 변화시킨다지만, 그 내부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우정도 마찬가지다. “그때 그 꿈 아직도 꾸세요?” “무슨 꿈?” “그거 있잖아요. 여기가 아닌, 어딘가 여기인지도 모를 어딘가의 손잡이에 달려 너풀대는 티셔츠가 된 꿈.” “이젠 안 꿔.” “그럼 어디로 갔을까요, 그 티셔츠는?” “글쎄, 바람에 날아갔겠지 뭐.” “겨우 그런 걸까요?” “뭐가?” “꿈이란 거요.” “겨우 그런 거지.” “음, 그건 좀…….” “뭐 어쩌겠어. 꿈은 꿈인 거야.” 나는 내가 살던 재일교포 마을과 거기 사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경멸해왔다. 대낮부터 술이나 마시는 아저씨들은 혐오스러운 존재였고, 나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그들과 동년배가 되어 술을 좋아하는 아저씨 중 하나가 되고 보니, 그들에게는 그들의 인생이 있었구나 싶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어린 탓에 내가 그걸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을 받아들임으로써 나는 나를 받아들이게 되고, 내 과거를 받아들이고, 내 소년 시절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멀리 떠나는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끝으로 내가 잊고 지냈던 두 작품을 찾아내 한국어로 번역하고 출간해준 출판사와 편집자, 번역가인 김민정 씨, 지금 이 세상에 없는 알코올 중독 마담, 할머니, 재일교포 마을 사람들, 그리고 이 두 작품을 읽어줄 여러분께 글로나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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